XR, Unreal Engine... 관심은 많은 데

직접 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VA Mofac, Xon, NP, Dexter, Wysiwyg, Vive... AR, XR, MR 하면 손에 꼽는 대표적인 스튜디오에 대한 관심도 늘었고, 연초부터 Unreal Engine에 꽂혀서 한번 배워보겠다고 몇 번 시도했는데 애당초 뇌구조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설계한 소프트웨어라 그들은 아주 쉽다고 하는데 뭐가 쉬운지 모르겠고 어디부터 클릭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더 짜증 나는 건 그럼 언리얼 교육과정을 찾아봤더니 40세 이하만 오라는 말에 좌절했다. 결국 언리얼 학습보다 기획안 제출이 더 급해서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번에 문득 XR스튜디오에서 녹화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XR은 제대로 못 하더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활용할 수 있을 테고 조만간 XR을 하려면 지금부터 그 공간과 시스템하고 친해둬야 하고...

 

2021년 12월 16, 17일 전파방송통신교육원에서 하는 '버추얼 스튜디오 워크플로우 교육'에 참가했다. 12월 30일에 MBC 연기대상 생방송 연출하느라 아주 바쁜 시기였지만, XR이 너무 궁금해서 일산 Xon에 몰래 다녀왔다. 요즘 드라마 주행 씬, 할리우드 영화의 각종 야외 씬을 직접 현장에서 안 찍는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고 유튜브에서도 많이 봤지만 실제로 내 눈으로 보니 신세계다. '이제 레커차 주행 씬의 시대는 갔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낮밤을 선택해 배경을 바꿀 때마다 동작대교를 낮에 건너던 차가 잠시 후 여의도를 밤에 돌아다니고 있다. 원하는 출연자 위치에 맞춰 정교하게 조명을 플레이할 수 있고, 오디오에 소음 신경쓸 필요 없고, 진동이 없으니 카메라 조리개를 맘껏 열 수 있고, 엄동설한에도 스태프들이 반팔로 돌아다니며 작업을 하고 있으니...

 

촬영 자체보다 전체 세팅이 너무 신기해서 정신없이 메모. 2021년 12월 17일, 일산 Xon.

 

난 나름 LED를 활용한 공연에 있어서 우리나라 선구자(?)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선구자가 100명도 넘겠지만...ㅎ) 공연을 하면 3x3 또는 4x4 '멀티 큐브'를 무대 양 옆으로 크게 펼쳐두는 게 정석이던 시절, 어느 날 폴 메카트니 공연 클립을 보고 LED에 눈을 떠 음악캠프 같은 순위 프로그램과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 무대에 LED 월을 올려 외국 공연에서 보던 다양한 장치들을 시도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XR 스튜디오 미디어 월의 해상도 퀄리티와 무게, CG 수준은 가히 압도적이다. 30M x 5M의 압도적인 LED 공간에 12K 영상을 가득 채우고, 그 앞에서 드라마를 찍는 느낌이란...

 

당시 Xon에서 받은 감동은 잠시 접어두고 이번 녹화는 강남에서 가까운 하남 VA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 미리 LED wall 그래픽 디자이너와 답사도 하고 사전에 조율할 부분도 체크했다. VA는 Xon과 다른 360도 서라운드 형태다. LED로 둘러싸인 공간 중앙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우주에 내 몸이 떠있는 느낌이 들었고 여기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구현한 XR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이번에 준비하는 Acut 파일럿을 녹화하기에는 뭔가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최고의 사진을 선명하고 압도적인 비주얼로 심사위원들에게 선보이는 데 집중하기 보다 웅장한 버추얼 공간에 눈과 마음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서 고민했다.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는 심사위원들의 접근성. 몇 분에게 확인해 보니 하남보다 일산이 더 편하시다고...

 

틈틈이 작년에 Xon에서 적어둔 메모들을 꺼내 보고 궁금했던 점을 정리했다. 카메라 감독, 미술감독, LED wall 그래픽 디자이너, 메인작가와 Xon을 방문해 그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결론을 냈다. 좀 더 '사진'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