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디자인을 위해 레퍼런스를
찾다가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포기했다. 전에 공연을 하나 구상하려면 콘서트 DVD, 영화, 잡지, LP 표지 등등을 싹 뒤지면서 원하는 이미지나 공간을 찾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세상도 아니고, Pinterest에 'concert stage design'으로 찾아보면 우리 예산을 크게 벗어난 메가 스테이지만 나오니까 그 역시 비현실적이고...
맥북 화면을 덮고 곰곰이 생각했다. '저 공간을 어떻게 채울까?'

XR 스튜디오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면서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180도가 아닌 360도로 활용 가능한 무대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며칠 고민했다. 심사위원 4명 + MC 1명 + 사진작가 5명, 총 1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되, 기존 무대와는 달리 설치물을 최소화하면서 LED를 활용하고, 컬러풀한 저비용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이라 메인 베이스를 어떻게 둘까, 바닥은 어떻게 할까, 뭘 세울까, 그럼 그 공간에서 어떻게 찍을까 등등에 대한 고심. 심사위원들과 사진작가들이 서로 마주 본다는 것도 이 녹화의 특징이다.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그림을 보자마자 그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필수!

1. 바닥은 정방형으로 만들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돌리고, 사진작가 5명은 LED wall을 배경으로 앉는다.
2. MC와 심사위원들은 사진작가 5명 맞은편에 앉고, 가운데에 거울을 설치해 LED 그림이 반사되게 한다.
3. 2개의 Butterfly를 세우고 Gobo(쿠키)를 만들어 Spotlight Mount 앞에 꽂아 뒤에서 로고를 투사한다.
4. 그 옆에 2개의 대형 컬러 배경지를 좌우에 세팅해 매 씬마다 교체한다.
5. 무대 좌우로 ARRI 조명을 노출시켜 자연스럽게 '촬영 현장' 분위기를 무대에 연출한다.
6. 무대와 LED wall 사이에 전동 달리를 설치해 사진작가 오버로 심사위원들의 얼굴을 잡아낸다.
이 정도로 무대를 구상하니 맘이 편해진다. 틀은 잡았으니 디테일을 계속 수정할 차례. 디자이너에게 스케치를 보내니 바로 스케치업으로 도면화해서 보내왔다.

1. 바닥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돌리길 잘했다. 사진작가들이 앉기도 좋고 전체적인 깊이를 확보했다.
2. 심사위원들도 디렉터 체어에 앉는 게 편해졌다. 공간이 확보돼 디렉터 체어는 약간 높아도 되겠다.
3. 2개의 Butterfly와 2개의 대형 컬러 배경지 롤은 그 자체로 컬러풀하게 공간을 둘러싸는 느낌이라 좋다.
4. 문제는 그들 사이의 틈을 어떻게 해결할까? 배경지를 그 사이에 하나씩 추가하면 될까?
5. 스튜디오 바닥은 검은색 아크릴로 덮기로 했다. 어디까지 얼마나 덮을지는 예산에 달렸다. 가성비가 중요.
6. 무대를 45도 돌리니 전동 달리 위치가 좀 애매해졌다. 고민하다가 1세트를 더 깔기로 했다. 좌우에 1조씩.
7. MC 백미러 유리 각도를 볼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운데 미러는 무대에 거의 붙여달라고...

오케이. 7/15 사진심사 녹화 무대가 얼추 완성되었다. "컴팩트, 설치물 최소화, 360도, 컬러풀"이라는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이 평면도를 카메라 감독에게 보내 의견을 들었다. 전체적인 FS(풀샷)은 중앙 거울 위로 Jimmy Jib을 설치해 처리하면 좋겠고, 전동 달리 위치와 레일 길이는 당일 조정하면 되고, 다이아몬드 무대 좌우 꼭짓점에 위치한 카메라가 사진작가와 심사위원들 얼굴을 잡는 거로 정리. 조명감독에게도 보내면서 최대한 조명장비가 많이 노출되면 좋겠다고, 멋진 장비를 숨기지 말고 출연시키라고, 그렇지만 우리 녹화의 핵심은 LED wall에 띄울 '사진'이니까 그걸 보는데 방해되는 조명은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심사 녹화 무대가 어느 정도 되었으니 이제 무대 세팅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나는 배경지 색깔을 골라 미리 주문하거나 Butterfly에 들어갈 로고 디자인 수정 작업해 Gobo(쿠키)도 주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나 그렇듯이 연출에 있어서 승부처는 디테일이니까 모든 부분을 직접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하나하나 수월하게 작업이 정리되면 즐거운 일이다. 어떨 때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무대 구상을 위해 잡지를 뒤지고 인터넷 서핑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