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3pro로 찍기 위해 짐벌을
주문했다. DJI OM4 SE. 우리나라에선 다들 '짐벌'이라 하고, 유튜브를 보면 '김벌(gimbal)' 이라고 하는 장비에 최신 아이폰을 얹으면 "4K 카메라 + 스테디캠" 조합이 만들어진다. 폰으로 4K 동영상을 찍는 것도 신기하지만, 방송중에 그 무겁고 번거로운 스테디캠을 한번 사용하려면 카메라맨의 '살신성인'이 없으면 불가능했던 시대에 연출했던 피디입장에선 손 위에 얹을 수 있는 스테디캠의 존재는 경이롭다.
OM2 (Osmo Mobile 2)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촬영에서 아이폰 화각안에 짐벌 다리를 종종 집어넣는 바람에 몇번 망한 이후론 중요한 촬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OM4는 그보다 훨씬 가볍고 경쾌하다.

AD시절 ENG (Electronic News Gathering) 카메라를 배정받아 촬영을 나가면 카메라맨 1명 + 오디오맨 1명 + 조명 2명 + 카보(카메라 보조) 1명이 기본이었다. 여기에 출연자가 2명이상이면 동시녹음팀 3명이 추가되고, 모니터를 갖고 나가면 보조 1명이 추가되고... ENG는 뉴스용으로 개발된 좋은 카메라이지만 조명이 필수였고 거대한 몸집을 고정하기 위한 삼각대도 한명이 전담해 들고 다녀야할 정도였으니, 피디 포함 6명(+출연자 1,2명)이라는 인원은 그 당시 공중파에서 촬영을 나가면 가장 기본적인 분대(squad) 규모 편성이었고, 지금도 어디 촬영나가면 그때 방송환경을 기억하는 세대는 "이 인원이 다예요?"라고 묻기 일쑤다.
그런 시절을 겪은 피디한테 짐벌에 핸드폰을 얹고 출연자에게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채우는 세팅은 너무나 가볍고 간단한 일이다. 추가로 Aputure 100X 1대만 가지고 나가면 간단한 인터뷰는 쉽게 해결된다. 게다가 훤하게 조명을 켜거나 교통에 방해되는 일도 없으니 길거리 어디서 촬영을 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어쩌다 물어보면 "유튜브 찍어요" 또는 "본 촬영 전에 간단히 답사왔어요" 얘기하면 거의 다 무사통과.
컴피티션에 출연하는 사진작가는 모두 5명. 본인이 편한 카페, 서울 세운상가, 안국동 아이템샵, 서강대앞 자기 작업실, 파주 스튜디오 등등에서 찍기로 스케줄이 조정되어있다. 카페에서는 Aputure 100X를 활용해 카페의 분위기에 맞는 색온도를 세팅하고 부분 조명해 둔 뒤에 '짐벌+아이폰' 조합으로 곳곳을 이동하며 우리가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고, 세운상가에서는 때마침 내린 장대비를 왼손에 든 우산으로 피하면서 오른손에 짐벌을 들고 여러층을 이동하며 조명없이 찍었고, 안국동에서는 멋진 소품들을 배경으로 하되 조리개를 최대한 열어 주인공 뒤쪽의 사물들이 시선을 뺏지 않도록 움직이면서도 디포커싱이 정확히 유지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눴고, 개인작업실에서는 움직이기 편하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앵글들을 가능한한 많이 얻어내기 위해 바닥에 앉기도 하고 폰과 짐벌을 최대한 올려 찍기도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고, 파주에서는 인터뷰이 뒤쪽으로 보이는 장비 그림을 계속 바꾸기 위해 일층과 이층을 오르내리며 순발력있는 진행으로 마무리했다. 인터뷰에 들어간 시간은 각 30분 이내. (촬영날 비가 많이 내려 이동이 힘들었다 ㅠㅠ)

피디 혼자 촬영해 재능있는 사진작가 5명 엔트리 인터뷰를 마쳤다. (물론 함께 간 작가 2명의 도움이 없었으면 녹화진행이 어려웠겠지만...^^) 짐벌 운용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고, 오디오 녹음에 대한 약간의 트라우마(?)도 사라졌다.
사족이지만 정보 하나. iphone 카메라 비디오를 cinematic mode로 찍으면 FHD가 최대 해상도다. 나름 4K Prores로 세팅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임포트 해보니 FHD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