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구를 어디서 구할까?

2022. 11. 13. 05:30Program

고민하다가 전에 의자를 빌렸던 '탑아트' 사이트를 즐겨찾기에서 찾아냈다. 연기대상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하고 폼나는 의자들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탑아트'는 그런 수요에 적절하게 부응하는 사이트. 그런데, 이번에 준비하는 에이컷Acut에는 그런 가구보다 눈에 확띄는 특이한 소도구들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작년 연기대상때 라치카를 찍었던 김포 '로케이션 발로'를 통째로 가져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로케이션 발로

특이한 소품을 수집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분이 운영하는 로케이션 발로는 다양한 소도구(+대도구)를 갖고 있어서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세팅하기가 쉽다. 라치카와 협의된 무대를 위해 철망을 좌우로 세워 길을 만들고, 그 위에 신문지를 적셔 붙여서 조명이 잘 먹게 하고, 이카루스의 날개, 대형 시계, 샹들리에, 유럽 갑옷 등을 잘 배열해 우리가 원하는 "현실과 환상 사이 어디쯤" 또는 "평행이론에 따른 저 건너편" 느낌을 만들었으니까. (세팅하는 데 한 시간 반, 녹화 후 다시 원상 복구하는 데 한 시간 걸렸다) 그런데,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는 순간 아주 거대한 '마술사의 집'을 방문한 느낌이 드는 이 공간은 서로 다른 5개의 스페이스가 공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의 소도구와 공간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그 자체로부터 출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가장 중립적이고 기본적인 소도구 세팅이 필요하다. 

 

1차로 선별한 소도구 리스트

사진미션별로 어울리는 소도구가 있을 거고 포토그래퍼에 따라 취향이 다를테니 뭘 준비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예상 답안이 있을 뿐. 기본적인 의자, 석고상, 가면부터 생활용품, 전자제품, 인형 등등을 무작위로 리스트업하고 소도구 사이트에서 찾아 하나씩 지우고 보태면서 업데이트했다. 문제는 소도구 사이트마다 보유한 소도구가 다르고 서비스가 천차만별. 어디는 화물업체와 제휴해 리스트를 보내면 우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갖다주는가 하면 어디는 자기네 창고에 와서 가져가란다. 문제는 가성비. 업체에서 빌리는 게 좋은 물건과 차라리 다이소에서 사는 게 좋은 물건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이트를 찾다가 "25&eo"를 만났다. 

여기엔 사진 찍기 좋은 소도구들이 많다. 1차로 선별한 소도구외에도 탐나는 물건들이 많아 2차로 리스트업 했다. 정교한 빈티지 소품부터 세트로 쓸 수 있는 대형 소도구까지... 너무 크거나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하고 거침없이 골라 견적을 요청했다. 

2차로 추가한 Acut 소도구 리스트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우리가 예상한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 적힌 견적서를 받아보고, 이제는 다시 아이템을 쳐내는 작업. 그래도 꽤 쓸만한 소도구들을 많이 건졌다. 이 정도면 다양한 포토 미션들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 듯. 구체적인 것부터 추상적인 주제까지 미션만 정하면 여기에 예상 소도구들을 더할 수 있고, 그러면 작은 스튜디오 하나 정도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의 소도구가 마련된다. 이제 촬영당일 소도구 걱정이 줄었다. 이 리스트를 매일 업데이트 하면 되니까...